2019년 소비 트렌드는 ‘중고’와 ‘노브랜드’
해마다 연말을 앞두고 새해를 전망하는 키워드에 관심이 쏠린다. 그중에서도 소비 트렌드는 여러 산업을 비롯해 사회 전반을 관통하기에 크게 주목받는다. 2018년의 경우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심비(심리적 만족),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언택트(비대면) 등이 유행했다. 그렇다면 2019년 소비 트렌드는 어떻게 될까?
빅데이터로 분석한 2019년 소비 특징은 나만을 위한 ‘맞춤형 소비의 확장’으로 요약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안목, 평가에 개의치 않고 ‘내가 원하는 방식의 맞춤 소비’를 즐기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들 욕구를 반영한 제품과 맞춤 서비스가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커스터마이징(생산업체나 수공업자가 고객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주는 것 -편집자) 서비스도 증가할 전망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나 홀로’ 소비가 전체 소비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의 경우 1인 가구만을 겨냥한 것이 아닌 ‘나만을 위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그 분야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취향에 맞는 재료를 선택해 나만의 음료를 주문하거나, 내 입맛에 맞는 식사를 하는 일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풀HD 화질에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이용해 사진·동영상·음악 등을 즐길 수 있는 노브랜드의 43인치 TV. 가격이 29만9천원으로 저렴하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 1인 가구만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는 매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업이 1인 가구의 소비 형태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1인 가구의 ‘나 홀로 소비’ 행태가 점차 다인 가구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가족이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 일상생활이 너무 바빠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다인 가구에서조차 구성원 개개인의 ‘나 홀로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밥 먹는 시간은 물론이고 공간을 공유하는 가족 구성원 시간대도 들쭉날쭉이다. 함께 살지만 마치 혼자 사는 것처럼 각자 삶과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내년엔 1인 가구의 소비 형태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제품을 고를 때 소규모나 소량으로 구입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해다. 세탁기만 해도 나홀로족은 대체로 주말에 몰아서 빨래하기 때문에 소형은 쓸모가 없다. TV도 안 사면 안 샀지 일단 구매하기로 마음먹으면 대형을 선호한다. 최근 인기몰이인 건조기도 9kg이 아닌 14kg이 더 선호된다. 식료품도 한번에 소비하는 양은 적어도, 한꺼번에 왕창 사서 쟁여놓는 경향이 더 많다.
주52시간 근무 이후 문화센터 이용 급증
2018년 하반기에는 주52시간 근무제 정착과 맞물려 소비 형태 변화가 두드러졌다. 통신·신용카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저녁 6시 정시 퇴근과 맞물려 이후 시간의 직장 주변 식당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줄었다.
BC카드와 함께 2017년 1월~2018년 9월 20~50대 신용카드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식당보다는 워라밸 업종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어났다. 어학원, 문화센터, 미술·피아노 학원, 피트니스센터(운동) 4개 업종에서 발생한 사용액을 전년도와 비교했더니, 2018년 3분기 문화센터 사용액은 27.1%, 피트니스센터에선 18.6%, 미술·피아노 학원에선 5.4% 늘어났다. 반면 어학원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0.3% 줄었다.
신용카드 소비 데이터 변화(2018) (*클릭하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인 2018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문화센터에서의 사용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문화센터는 몇 달간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꾸준히 방문해 배우는 방식이어서 운동처럼 짬을 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야근이 잦으면 등록하기 힘들다. 문화센터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는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해진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소셜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전인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학원(92%), 도서관(5%), 주민센터/문화센터(3%) 차례로 많이 언급됐다. 하지만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학원(60%)의 언급 비중이 줄고, 문화센터/주민센터(21%) 언급이 14%포인트 늘었다. 이어 피트니스센터(15%), 도서관(4%) 순이었다.
‘중고 물품’긍정 증가
2019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중고 물품’ 소비 증가도 주목된다. 2015~2018년 ‘중고’에 대한 긍정·부정 비율을 살펴보면, 2015년 긍정 55%, 부정 45%, 2016년 긍정 57%, 부정 43%, 2017년 긍정 52%, 부정 48%, 2018년 긍정 72%, 부정 28%였다. 2017년까지만 해도 긍정 비율이 50%대에 머물렀지만 2018년 들어 70%대까지 늘어났다.
‘중고’에 대한 감성 추이
최근 중고 거래 활성화 추세에 맞춰 한 중고판매 애플리케이션에선 판매자 제품을 받아 자체 검증 과정을 거쳐 등록하는 등 이전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중고 제품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쓰다가 되판다는 의미에서 ‘소유’ 개념보다 ‘빌려 쓴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소비에서 소유는 절대적 가치였다. 이제는 경험과 공유로, 구매에서 구독으로 소비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지금은 자동차 제조업체보다 차 한 대도 만들지 않는 서비스 플랫폼 회사가 카셰어링(차량 공유)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미국에는 월 회비 295달러(약 33만원)를 내면 무제한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이 있다. 한국에는 한 달 1만원을 내면 수제 맥주와 와인, 칵테일을 주문할 때 첫 번째 잔은 무료인 곳이 있다. 일본은 3천엔(약 3만원) 월정액을 내면 한 달동안 커피가 무료(1일 1잔)다. 한국에도 월 2만9900원으로 커피와 모든 종류의 차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월정액 카페가 생겼다. 내년에도 이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노 브랜드’에 대한 인식 변화
2019년 소비에서 브랜드 영향력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검색 키워드만 봐도 브랜드명 검색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검색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는 ‘브랜드 없음’이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된다. 가격을 비교하며 여기저기 사이트를 옮겨다니는 일은 여간 번거롭지 않다. ‘노 브랜드’는 선택 조건이 다양해진 시대에 ‘가격’ 요소를 과감히 없애 선택을 한결 수월하게 해준다. 이런 제품은 브랜드 거품을 없애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물건을 제공한다는 데 가치가 있다.
‘브랜드 없음’ 브랜드가 반드시 저렴한 것은 아니다. ‘가성비=절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손에 넣는 과정에서 지름길을 알려줬다. 하지만 쇼핑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제품 색상과 디자인 등 시각적 효과 대신 품질과 성분을 따지는 똑똑한 소비가 늘고 있다. ‘노 브랜드’의 인기 비결이다.
소비 트렌드는 단순히 트렌디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성비를 낳고 따라가야 하는 적응이 꿀팁을 낳듯이, 중고 구매와 노 브랜드 소비의 트렌드는 변화에 적응하는 또 다른 방법을 찾은 결과다.
원문보기:
http://m.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73602.html#csidxc91300de5cb5a36b96ee421f58090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