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저 데이터 기반 전략
전문가 리뷰 사이트 적극 공략
구글 검색비율 870%나 급증
정보가 알아서 정보 찾는 시대
데이터 효과적 활용 위해선
기업 내부 데이터부터 통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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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LG OLED TV를 1위로 소개한 소비자 리뷰 사이트.
지난달 초 데이터를 주제로 하는 소규모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리 지명도가 높지 않은 행사였지만 자리가 없어 서서 듣는 사람까지 보였다. 이제는 데이터 마케팅 관련 행사에서 흔히 보게 되는 광경으로 데이터에 대한 마케터들의 뜨거운 관심을 알 수 있게 한다.
사실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의사결정과 실행은 과거에도 'CRM(고객관계관리)'이나 'Data Mining(데이터 마이닝)'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은 과거와 파급력이 완연히 다르다.
데이터의 종류와 양이 방대해졌고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새로운 데이터 마케팅의 물결은 대규모 소비자의 동질성을 전제로 하여 타기팅하고 포지셔닝했던 기존의 마케팅 패러다임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가 TV, 신문 같은 매스미디어가 전부였던 시절에는 소비자 개개인의 욕구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전개할 방법이 별달리 없었고, 브랜드의 차별적인 특징을 대규모 고객 집단에게 전달하는 포지셔닝 전략이 대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개인 미디어(스마트 기기)의 등장과 데이터 저장 비용의 하락은 개별 고객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접근하는 전략 수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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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한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LG OLED TV를 지켜보고 있다.
◆ 개인화 겨냥한 데이터 마케팅
데이터 마케팅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개인화(Personalization)에 있다. 디지털 트렌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5%의 소비자가 개인화된 광고메시지를 좋아한다고 답했으며, 73%의 소비자는 그들에게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소매점을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실제 미국 명품 백화점인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는 개인화 전략을 펼친 고객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르고 있다. 아직까지 100명의 고객에게 100개의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타기팅하는 목표집단의 수가 늘어나고 범위가 정교해지고 있다.
중국 네티즌의 95% 이상이 사용하는 검색 포털 사이트 바이두는 매일 100억건이 넘는 검색량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린다 린 바이두 총경리는 "바이두는 방대한 검색데이터에 기반한 탄탄한 기술로 사람이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알아서 정보를 추천하고 제공하는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는 개인의 과거 행동을 분석해서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는 기법으로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브랜드가 원하는 타깃 유저를 찾고, 인터랙션(Interaction) 광고를 가능하도록 도와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데이터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가 가장 큰 지역이 있다면 미국이다. 미국은 논리 실증주의 전통하에 데이터 거래가 과거부터 활발했던 지역이다. 'The State of Data 2017'에 따르면 미국 마케터의 91%는 고객데이터를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했거나 활용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HS애드는 2016년 북미지역에서 LG OLED TV에 대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한 바 있다. 온라인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수의 핵심고객집단들을 발굴했고, 전문가 리뷰 사이트의 OLED TV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이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열쇠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캠페인의 실행 결과 구글에서 OLED TV를 검색하는 비율이 870% 증가했고 미국지역에서 LG OLED TV의 프리미엄 TV 시장점유율은 54%로서 1위로 도약하게 됐다. 그리고 이후 다른 LG 제품군에서도 동일한 데이터 기반 마케팅 (data driven marketing) 방식의 캠페인을 시도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 무엇이 변해야 하는가
국내에서도 데이터에 대한 관심 자체는 매우 높고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생태계 조성과 시스템 구축에 관한 과감한 투자까지 연결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기업들이 과감하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보면 제도적인 측면을 많이 지적한다. 그런데 데이터 활용에 관한 법규는 개인정보 보호와 경제 활성화라는 가치 충돌의 문제로, 함부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여진다. 다만 데이터 활용에 관해 정부부처 간 혼재돼 있는 법률은 이른 시간 내 통일될 필요가 있다.
제도적 문제를 떠나 기업 내부의 문제도 존재한다. 데이터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데이터부터 통합해 외부의 제3자 데이터와 연동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현업에서 마케팅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정작 내부 데이터가 통합돼 있지 않은 사례가 많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사업을 하는 필자의 후배는 기업에서 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해도 정작 활용에 대한 교육과 인식 부족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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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에서는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 정보들의 보안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인하우스 에이전시(in-house agency·광고 제작 하도급 자회사)'를 필요로 하는 추세다.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흘러 지나가버릴 또 하나의 마케팅 트렌드라고 미리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그런 판단을 내리기 이전에 데이터는 이미 마케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제조, 의료, 금융,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데이터가 가져온 패러다임 변화를 인식하고 국내 마케팅업계도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기대해 본다.
원문출처: http://m.mk.co.kr/news/headline/2018/702228#mkmain